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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카덴차의 코드 진행 구조 도식

 

카덴차(cadence)는 음악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화성적 장치입니다. 언어에서 마침표, 쉼표, 물음표가 문장의 끝을 정리해주듯, 음악에서도 특정 코드 진행이 끝맺음을 유도합니다. 작곡, 화성 분석, 연주 해석 등에서 카덴차는 곡의 구조와 감정을 파악하는 핵심 개념으로 작용하며, 다양한 유형에 따라 표현되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카덴차의 종류와 특징, 실제 활용 예시까지 정리해드립니다.

 

카덴차란 무엇인가?

 

카덴차(Cadence)는 곡이나 악구의 끝에서 ‘종결’ 또는 ‘쉼’을 나타내는 화성 진행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화음이 연결되며, 마지막 코드가 종지(tonic) 또는 다른 핵심 화음으로 안정되거나 불안정한 종결을 유도합니다.**

카덴차는 음악의 구조를 구분짓고, 문장과 절을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이자, 청자에게 ‘여기서 한 단락이 끝났음’을 인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완전 종지(Authentic Cadence)

 

완전 종지는 가장 전형적인 카덴차로, **Ⅴ → Ⅰ** (또는 Ⅴ7 → Ⅰ)의 진행을 말합니다. 이는 조성 음악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종결이며, “음악이 끝났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줍니다.

이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세부 유형이 있습니다:

  • 정격 완전 종지 (Perfect Authentic Cadence): 두 화음 모두 기본 위치(root position), 종지 화성의 음이 소프라노에 위치
  • 불완전 완전 종지 (Imperfect Authentic Cadence): 소프라노가 다른 음을 가지고 있거나 화음이 전위형일 때

예: G7 → C (C장조에서)

 

절반 종지(Half Cadence)

 

절반 종지는 어떤 화음에서 시작하든 **Ⅴ화음으로 끝나는** 종지입니다. 일반적인 ‘종결감’은 없으며, **마치 쉼표나 물음표처럼 중간 멈춤의 성격**을 지닙니다. 이 카덴차는 다음 문장으로의 연결을 암시하며, 음악을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는 흐름을 만듭니다.

예: I → V 또는 ii → V

절반 종지는 주로 발전부나 첫 번째 문장 끝에서 자주 사용되며, **다음 종지로 이어지는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플라갈 종지(Plagal Cadence)

 

플라갈 종지는 **IV → I**의 진행을 말합니다. 완전 종지보다는 약한 종결감을 주며, ‘아멘(Amen)’ 카덴차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합니다. 교회음악이나 종교적 분위기의 음악에서 자주 등장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마무리**로 인식됩니다.

예: F → C (C장조에서)

플라갈 종지는 곡의 마지막에서도 쓰이지만, 중간 악절이나 후렴이 끝날 때 삽입되어 안정감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디셉티브 종지(Deceptive Cadence)

 

디셉티브 종지는 Ⅴ화음 이후 **예상되는 Ⅰ이 아닌 다른 화음**으로 진행되는 카덴차입니다. 주로 Ⅵ도로 이동하며,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청자에게 ‘반전’ 효과**를 줍니다.

예: G7 → Am (C장조에서)

이 종지는 단순한 종결이 아니라 **이야기의 반전**, 또는 **감정의 지속과 전환**을 나타낼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영화음악이나 극적인 장면 전환에서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중단 종지(Interrupted or Evaded Cadence)

 

중단 종지는 V → I로 갈 것처럼 흐르다가 갑자기 **다른 화음이나 위치로 방향을 튼 경우**를 의미합니다. 디셉티브와 유사하지만, 보다 확장된 구조 안에서 예상 종결을 피하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는 기능에 가깝습니다.

이 카덴차는 주로 복잡한 소나타 형식이나 발전부 끝부분 등에서 극적 반전과 긴장 유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재즈와 현대 음악에서의 카덴차 활용

 

재즈에서는 전통적인 종지보다 II–V–I 패턴이 가장 일반적인 종결 구조로 쓰입니다. 예: Dm7 – G7 – Cmaj7 (C장조에서)

또한 모달 재즈나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종지 자체를 회피하거나 반복적으로 흐리게 처리**하여 곡의 구조를 유동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카덴차를 더 이상 고정된 규칙이 아닌, **감정 흐름을 설계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학생을 위한 카덴차 연습 팁

 

카덴차를 효과적으로 익히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연습이 유익합니다:

 

  • ① 같은 조성 내에서 다양한 종지 패턴으로 4마디 만들기 (예: I – IV – V – I / ii – V – I / I – vi – ii – V)
  • ② 완전 종지와 플라갈 종지를 구별하여 청음하기
  • ③ Ⅴ – Ⅵ(디셉티브), Ⅴ – IV(중단) 진행을 직접 들어보고 느낌 기록하기

이러한 훈련을 통해 학생은 단지 용어 암기를 넘어서, 종지의 감정적·구조적 기능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종지의 조합과 확장

 

작곡 시 하나의 종지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종지 간의 조합**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완전 종지로 문장을 끝내기 전, 절반 종지 → 디셉티브 → 완전 종지 식으로 진행을 확장하면 음악의 서사가 풍부해집니다. 이러한 조합은 다양한 텍스트 형식(ABA, 소나타, 론도 등)과 결합될 때 더욱 복잡하고 감정적인 구조를 만듭니다.

 

결론 │ 종지 구조는 음악의 문장부호다

 

카덴차는 음악의 논리적 흐름과 감정적 마무리를 동시에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완전 종지의 단호함, 디셉티브의 반전, 플라갈의 부드러움, 절반 종지의 여운은 각각의 곡과 문장에서 독립적인 감정선을 형성합니다. 카덴차를 해석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은 음악적 문해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